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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년살기

P의 아일라섬 여행기 3편: 위스키 빼고 다 (feat. 양 닭 뷰 숙소)

by OPADmaybe 2025. 10. 12.

지난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 편은 위스키 이야기를 쫙 빼고 진짜 아일라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여행기다.

 

아일라섬 도착, 그리고 첫 저녁 식사

글래스고에서 오전에 출발했지만, 스코틀랜드의 절경에 취해 구경하고 점심까지 먹고 페리를 탔더니, 아일라섬 포트엘런(Port Ellen) 항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다. 🌅
아일라섬의 식당은 포트엘런보다는 보모어(Bowmore) 쪽에 더 많이 몰려있다고 한다. 마침 우리 숙소도 섬 중앙에서 북서쪽 해변에 가까웠기에, 일단 보모어로 이동! 🚗

아일라 섬 하면 아직도 생각나는 이 회색 감성. 보모어 쪽이 특히 더 그랬다.

 
아일라섬에서의 첫 식사는 보모어 호텔 레스토랑.

 
구글 평점 4.8에, 음식 맛도 좋고 호텔 바에는 엄청난 위스키 셀렉션이 있어서 사장님의 위스키 추천과 썰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가! 안 가볼 수 없다.
마침 일요일이라 특별 메뉴인 '선데이 로스트'를 시키고, 나머지 하나는 버섯 튀김이었던 것 같다.
 
과연 그 맛은... 음... 역시 영국 음식이었다. 🤔 (맛이 없던 건 아닌데,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아일라섬에서 만든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긴 여정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 🍻

 
 

살면서 처음 보는 '양 닭 뷰' 에어비앤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
아일라섬에는 숙소 선택지가 많지 않다. 나처럼 뒤늦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P에게는 더더욱.
 
포트엘런이나 보모어 쪽에도 호텔이 있긴 하지만, 왠지 현지 정취를 더 느끼고 싶어서 에어비앤비에 도전했다. (영국 초반 정착기에 만났던 천사 같은 호스트 '오로라'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그리고 우리는... 살면서 처음 보는 '초원 위 양+닭 뷰' 숙소를 마주하게 되었다. 🐑🐓... (그리고 살면서 처음으로 도로에서 길막하는 양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것도 여러번이나!)
너무나 신비롭고 조용한 곳! 막상 가보니 일반 가정집이라기보다, 큰 하우스인데 각 방을 호스텔처럼 빌려주는 곳 같았다.
2박에 200파운드가 조금 넘었으니, 아일라섬 물가를 생각하면 꽤나 저렴하게 구한 셈.

저멀리 스코틀랜드 외딴 섬에서 느낀 빨랫줄 정취. 두꺼운 구름 아래 얇게 보이는 노을도 너무 예쁘다.
왼쪽 양들은 방 안에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친구들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앞에 닭도 있다. 다행히 냄새는 안 났다.

 

둘째 날 아침: 아침 카페인과 탄수화물 충전

'양+닭 뷰'와 함께 맞이한 둘째 날 아침! 🐔 이 날은 라가불린과 아드벡 위스키 투어가 있기 때문에 섬의 남쪽으로 향했다! 🥃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기 전,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전날 포트엘런 항구에 도착했을 때 눈여겨봐뒀던 카페가 있었기 때문. 바로 리틀 샬럿(Little Charlotte's)! 찜해뒀던 곳은 못 참지. 😇
 

 
분위기도 아주 좋았고, 주문한 베이글 샌드위치와 아보카도 토스트도 맛있었다. 🥯☕
대신 영국은 커피가 좀... 나는 폴바셋 라떼를 좋아하는 '산미 파'인데, 여긴 항상 구수한 커피 일색이다. 그래서 라떼는 더더욱 밍밍하고 맛이 없다.
 
그래도 든든하게 카페인과 탄수화물을 충전하고 나니, 드디어 움직여볼 힘이 난다.

오크통 위에 샌드위치라니! 위스키 투어 날 아침으로 완벽한 식사 아닌지!

 
 

하이킹의 성지, 그리고 P의 아쉬움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과 페리 시간, 예약된 투어 일정 때문에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아일라섬은 정말 하이킹의 성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예정된 투어를 고려해 섬 남쪽에 있는 '아메리칸 모뉴먼트(American Monument)'라는 하이킹 코스를 잠시 걷기로 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아쉽게도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꽃들이 가득했다. 💐 아직까지도 이곳에서 걷던 기억은 흐려지지 않고 선명한 것 같다. 차르르한 풀밭과 대조되게, 조금만 우회를 하면 휘몰아치는 회색 바다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이 넓은 초원이 가까이 보면 다 꽃밭이다! 정말 차르르- 하단 말 밖에 안 나오던 광경.

 
그런데... 정말 30분에 한 번 정도나 사람을 마주칠 수 있었다. (아일라섬에서는 사람이 귀한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심지어 차로 지나가면서도 서로 작게 '빵빵' 경적을 울리며 손을 흔든다. 👋)
이렇게나 멋진 경치인데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신기하다 못해 약간 무서운 감정이 들 정도? 😳 아직 영국 생활 초기라 대도시 위주로만 봤던 터라, 너무나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쉽게도 우리의 하이킹은 끝을 보지 못했다. 위스키 투어 예약 시간이 촉박해 아메리칸 모뉴먼트 정상까지 걷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했던 것 ㅠ 남편 피셜, 1년간 영국과 유럽을 여행하며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한다. 😭
 

음주 후 탄수화물, 그것은 진리

하이킹과 위스키 투어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다. 몸은 노곤하고, 왠지 모르게 기름지고 고열량의 음식이 마구 당겼다. 음주 후 탄수화물은 어쩔 수 없는 중력 같은 것... 🍕🍺
 
마침 숙소로 돌아가는 길 보모어 쪽에 'Peatzeria(피제리아)'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피트(Peat)'와 '피자(Pizza)'를 합친 이름이라니, 이런 아재 개그 감성을 영국 사람들도 꽤나 좋아하는가보다. 사실 나도 좋아한다. 냉큼 들어갔다.
 

 
맛있는 피자와 피시 앤 칩스, 그리고 아일라섬에서 만든 맥주까지! 야외 포차 같은 감성도 좋았고, 여러 명이 오면 저 귀여운 돔 모양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식사가 가능한 것 같았다.
 
위스키로 얼얼해진 혀를 시원한 맥주와 짭짤한 피자로 달래주니,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7월말 한 여름이지만 아일라 섬의 아침 저녁은 꽤나 쌀쌀하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쌩 야외 식사는 힘들어 보엿다!

 
 

마지막 날: 타임슬립 판타지, 핀라간 유적지

아일라섬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은 동쪽 코스!
쿨 일라 증류소를 방문한 날이자 아일라 섬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핀라간(Finlaggan) 역사 유적지로 향했다.

잠깐 TMI: 핀라간이 뭐하는 곳이냐면... 🧐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스코틀랜드 서부 섬들을 호령했던 '바다의 군주(Lord of the Isles)'들이 살았던 곳이다.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에 성과 예배당, 연회장 등을 짓고 거의 독립 왕국처럼 지냈다고.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장소다.

 
호수 위로 난 나무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는데... 어딘가 타임슬립 판타지 드라마에서 본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으스스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에, '나도 혹시 타임슬립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하이킹을 했다. 🕰️
 
당시엔 오픈 시간 전이라 입구 문이 그냥 끈으로만 걸려 있었는데, '들어가도 되나...?' 하며 살짝 열고 들어가 보니 우리 말고 다른 관광객들도 이미 코스 안쪽에 있었다! (역시 어딜 가나 용감한 P들은 존재한다...😉)

스코틀랜드 중세 역사 유적이라니, 너무나 영드영드 하잖아?

 
 

작별의 시간, 그리고 새로운 기대

핀라간에 이어 동쪽 끝에 있는 쿨일라 증류소 구경도 마치고, (아일라섬 2탄, 증류소 투어 후기는 여기로)
이제 스코틀랜드 본섬으로 돌아가는 페리 시간이 가까워졌다 ㅠ
 
포트엘런 근처에 다른 음식점을 봐뒀지만, P의 계획이 늘 그렇듯 문을 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어제 갔던 리틀 샬럿 카페로 다시 향했다. 갑자기 날씨가 맑아졌는데, 환상적인 바다뷰 야외 테이블을 포기할 수 없었달까. 어제 실패했던 라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노선을 변경하는 현명함까지! ✨ 베이글 샌드위치를 한 번 더 먹으며 아일라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일라 섬에서 흐린 날과 맑은 날을 다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든든하게 마지막 배를 채우고, 우리는 다시 포트엘런 항구로 향했다. 페리에 올라 멀어지는 아일라섬을 바라본다. 회색빛 하늘과 끝없는 초원, '양+닭 뷰'를 선사했던 숙소, 마주치면 반갑게 손 흔들어주던 사람들, 그리고 하이킹의 아쉬움까지... 짧은 2박 3일이었지만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기묘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페리를 타고 글래스고로 향하는 길. 올땐 회색 바다였는데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스코틀랜드의 드라이브 코스는 다시 봐도 멋지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OPAD 선정, 영국 내 최고의 커피 도시 글래스고!
다음 여행기에서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d...) ➡️